"회사 사람들이랑 즐겁게 다정하게 지내지 않으면요. 제 삶이 너무 의미 없지 않습니까?"
드라마 <은밀한 감사>에서 감사팀 무 팀장은 모든 직원들과 두루두루 살갑게 지냅니다. 그러다 구내식당 여사님과 불륜 사이라는 오해에 휘말리게 되죠. 회사에서 해고가 될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사 사람들과 다정하게 지내고 싶다는 그를 보며 자기 실속을 차리지 못하는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숫자로 돌아가는 회사에서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보였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현실 속 저의 생각과 무 팀장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평가가 진행되는 6개월, 1년 단위로 보면 동료들과의 관계가 뭐 그리 대수일까 싶지만 월, 화, 수, 목, 금 매일 9시간의 단위로 보면 동료들과의 관계는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였죠. 회사에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은 동료를 보면 왠지 나라도 한 번 더 손을 내밀어 주고 싶었고, 나는 친하게 지내지만 서로 친하지 않은 동료가 있으면 같이 점심 약속을 만들어 전체적으로 편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종종 상처를 입기도 했어요. 나는 잘 지내보려 나름 노력했지만 상대방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무쇠의 뿔처럼 퍼포먼스로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 동료를 볼 때, 일명 '현타'를 느끼기도 했어요. 내가 회사 생활을 잘못하고 있나? 싶고, 연차가 쌓일수록 제코가 석자고, 자연스럽게 예전만큼 동료와의 관계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었죠.
그런데 6년 전 함께 일했던 동료가 종종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같은 팀도 아니었고, 함께 했던 시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지만, 서로를 기억하는 시간은 6년을 넘기고 있는데요. 그녀는 잊을 만하면 제가 좋은 동료였다고 말해줍니다. 그다지 잘해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저를 한없이 예쁘게 기억해 줍니다. 동료 사이에 한쪽만 좋은 동료가 있겠습니까. 제가 좋은 동료였다면 상대방도 좋은 동료였죠. 다만, 그녀는 제가 선택한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켜 줍니다. 다정함의 가치를 잃어버린 오늘을 반성하게 만듭니다.
다정해서 손해를 보기도 하는 세상입니다. 다정해지기가 참 어려운 세상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언젠가 회사 생활을 끝마쳤을 때 저에게 남는 것이 숫자뿐이라면 저는 조금 허무할 것 같아요.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회사에 다니는 동안 저만의 방식으로 다정함을 안고 살아가고 싶어요. 회사는 삶이기도 하니까, 무 팀장님의 삶이 좀 더 의미가 있기를 응원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