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국가교육위원회는 최근 학생들이 어휘력 부족, 독해 능력 저하 등으로 인해 생각을 표현하고 문장이나 대화 맥락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고려해 문해력 특별위원회를 꾸렸습니다. 문해력 특별위원회에서는 '독서교육', '글쓰기', '어휘력' 등 다양한 주제로 폭넓게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는데요. 그중에서도 '한자 교육'은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기사)
저의 경우 어릴 적 '눈높이한자'로 한자를 일찍부터 공부했어요. 중·고등학교 때에도 교육열이 강하지 않았던 엄마가, 어린 저에게 가장 먼저 시킨 공부가 한자였죠. 왜 저에게 한자를 가르쳤냐고 여쭤보자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그래도 한자는 기본적으로 배워놓으면 다른 무언가를 배울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고 하셨죠.
이상하게 생긴 한자를 쓰고, 또 쓰며, 외우는 일이 얼마나 지루했겠어요. 예를 들어 ‘집 가(家)’를 외울 때는 지붕이 있고, 그 안에 사람들이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외웠는데, 이러한 방법으로 1,000가지가 넘는 한자를 외우고 또 외우는 거예요.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는 구석도 있었어요. 한자를 10번씩 따라 써서 공책 한 바닥을 채우면 뿌듯하기도 했고, '가가호호'나 '가훈'처럼 배운 한자를 활용해 새로운 사자성어와 또 다른 단어를 알게 되면, 내 세상이 더 커지는 기분이 들었죠.
그렇게 배운 한자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명확히 '그렇다'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이력서에 한자급수시험 등급을 어필한 적도 없고, 제 이름 석자를 한자로 쓸 줄 안다지만 10년에 한 번 써볼까 말까 하니까요. 다만, 제가 지금 글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된 데는 분명 한자가 일부 작용을 했음은 확실합니다. 덕분에 좀 더 정확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활용하고, 단어의 속뜻까지 생각해보는 습관이 자리 잡혔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면 문해력이 높아질까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습니다. 문해력은 단순히 무언가 한 가지만으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억지로 독서를 한다고 해서, 논술 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높아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교과서 외에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았던 제가 제대로 책을 읽기 시작한 건, 대학 졸업 후 다른 사람들의 삶이 진심으로 궁금해졌을 때였으니까요.
저는 한 번도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무언가를 배운 적이 없어요. 다만, 제가 문해력을 높일 수 있었던 핵심은, 똑같은 한자를 10번씩 따라 쓰며 인내심을 기르고, 배운 한자를 활용하여 또 다른 단어를 터득해 지식의 범위를 확장하고, 독서를 통해 타인의 삶을 탐험한 것. 이 3가지가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문해력은 '음성적 읽기를 넘어 의미적 읽기까지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지난한 과정을 버티는 인내심과 배움의 확장력, 그리고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면 문해력은 결국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