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본 여행을 하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가게 직원 분들의 '세심한 친절'이었어요. 예를 들어 Bar 형태의 좁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보통 요리사가 건네주는 그릇을 직접 건네받았다면, 일본에서는 직원이 그릇을 받아서 제 앞에 놓아주었어요. 또한, 오꼬노미야끼 집에서는 제가 요청하기도 전에 먼저 기념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했죠. 무엇보다 직원 분들이 모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적극적으로 나서서 응대해 주신 점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일본은 '오모테나시(환대)'라는 접객 문화가 있다고 해요. 손님을 왕처럼 모시는 것이 특징인데요. 일반적인 친절함을 넘어서, 극도로 디테일한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니 내심 기분이 좋더군요. 간혹 과한 친절을 불편하게 여기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돈을 지불한다면 '과한 친절이 무심함보다 낫다'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렇게 디테일하게 친절할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던 중,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스무 살 무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저를 가장 긴장하게 만든 것은 담배였어요. 일을 시작한 초반엔 담배 이름이 잘 안 외워져서 한참 헤맸거든요. '아 저거요, 저거!' 하며 손님이 짜증을 내시면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죠. 다행히 얼마 후 담배 이름을 모두 외웠고, 심지어 단골손님들이 어떤 담배를 찾는지까지 기억하는 경지에 올랐어요. 단골손님이 편의점 문을 열자마자 냉큼 "OO 담배 여기 있습니다"하고 내어드리면 어떻게 아셨냐며 웃으셨는데, 그때 제가 속으로 얼마나 희열을 느꼈는지 몰라요.
'손님이 왕이다'라는 마인드는 딱히 없었어요. 다만, 그 일을 무척 좋아했던 건 확실해요. 인사만 잘해도, 담배 이름만 외워도 제 역할은 다 한 것이었을 텐데, 단골 손님들이 좋아하는 담배를 외워서 미리 내어드리는 것은 그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디테일한 친절이었다고 생각해요. 친절을 베푼다고 해서 아르바이트비가 더 오르는 것도 아니고, 점장님이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니까요.
디테일한 친절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친절한 가게 직원들이 정말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손님은 디테일한 친절에 큰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사장님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