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4기 공채 개그맨 김영철 씨는 영어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국내 예능인 최초로 미국 코미디쇼에 출연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고, 영어 팟캐스트 진행은 물론 미국인 타일러 씨와 함께 <진짜 미국식 영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죠. 단순히 영어를 좋아해서 영어를 공부한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가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모욕감' 때문이었다고 해요. 누군가 김영철 씨가 영어를 못 한다며 모욕감을 줬고, 그 이후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강한 자극을 받은 거죠.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모욕감을 느끼게 됩니다. 심한 모욕감을 느꼈을 때엔 오래도록 상처를 씻어내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럽죠.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모욕감은 나에게 없던 불씨를 지피는 '불쏘시개'로 작용합니다.
학창 시절, 저는 학교 규칙에 따라 무조건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해야 했어요. 개인적으로 야자가 잘 맞지 않았던 터라 선생님께 야자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지만 선생님은 학생이라면 무조건 야자에 참여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는 집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야자를 몰래 빼먹었고, 대신 다음 날 아침 학교에 가서 매를 맞았어요. 야자를 하지 않는 대가로 매를 맞을 때마다 모욕감을 느꼈어요. 공부조차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할 수 없다는 게 억울하고 답답했죠.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공부했습니다. 야자를 할 때보다 집에서 공부를 할 때 성적이 더 좋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거든요. 성적으로 증명해 낸 후, 선생님께서 매를 멈추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야자를 빼먹었다는 이유로 매를 맞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지만, 선생님께서 매를 들지 않으셨다면 집에서 그토록 열심히 공부를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감시하는 선생님이 없으니 잠에 들었을 테고,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도 없으니 컴퓨터 게임 유혹에 빠지기도 쉬웠겠죠. 어쩌면 모욕감 덕분에(?) 학교에서보다 집에서 더 열심히 공부를 했을 겁니다.
김영철 씨가 영어공부를 한 후 팟캐스트 진행, 미국 코미디쇼 출연, 출간 등으로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모욕감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불씨를 지피는 불쏘시개의 역할을 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모욕감을 줬나요? 모욕감을 느낀 그 순간엔 고통스럽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늘에서 내려준 절호의 기회일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