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침착맨 유튜브에서는 'AI 시대에 살아남을 직업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전 바둑기사 이세돌, 과학 크리에이터 궤도, 프로그래머 이두희 씨가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앞으로 AI로 인해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며, 기업형 직업이 아닌 개인끼리 서비스를 판매하는 형태로 직업이 바뀔 것이라는 이세돌 씨의 예측이었어요. 구직자 1명당 일자리 0.39개... 1999년 이후 가장 최악이라는 채용 시장에 대한 최근 기사를 보면, 그의 예측이 그리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저는 "수진님은 마케터가 AI 시대에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AI가 '아직까지는' 마케팅 직무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변했지만, '아직'의 기준이 얼마나 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어요.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면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호했고요.
여러분은 AI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AI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저는 본능적으로 '나를 잘 정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AI가 정말로 인간의 모든 직업을 대체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현재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분명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잘하고, 어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글로 쓰고 기록하는 것. 저는 AI가 제 일의 100%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 자신과 내가 하는 일을 제대로 정의 내리지 않는다면 100%까지 내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클로드(Claude)는 글쓰기에 특화된 AI인데요. 클로드에게 일글레터 예시 몇 가지를 보여주고, 이와 비슷한 일글레터를 써달라고 요청해 보았어요.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례 + 책에서 발췌한 문장 + 인사이트' 형식으로 이루어진 일글레터에 걸맞게 한 편의 글을 완성시켜 주었고, 클로드가 찾아준 사례나 발췌한 문장도 흥미로웠어요. 하지만 중요한 한 가지, 바로 '나다움'이 빠져 있었어요. 저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저의 과거 경험과 생각까지 녹여내어 더 완성도 높은 일글레터를 완성시켜 주겠지만, 저는 앞으로 클로드에게 일글레터를 맡길 생각은 없어요. 일글레터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일하고 글을 쓸 수 있도록 저의 경험과 진심을 담아 보내는 편지'이니까요. 분명 그 차이를 일글레터를 받아보시는 여러분도 느끼실 거라고 믿습니다.
AI가 나의 직업을 대체하지 않을까,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불안하고 걱정이 되시나요? 그렇다면 저는 글을 쓰시는 걸 추천합니다. 제가 매주 글을 쓰는 이유도 어쩌면 본능적인 꿈틀거림이었을지도 몰라요. '나는 어떤 사람이지?'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제가 출간한 책의 겉을 만져보고 펼쳐 읽어보기도 하는데요. 유형의 내 생각을 만지고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불확신, 모호함을 이기는 건 오직 지금, 여기에서 쓰고 있는 나와 기록뿐이니까요. 오늘의 일글레터는 AI가 절대로 대체할 수 없는 일, 에세이를 쓰는 일에 대한 생각으로 끝마치겠습니다.
"나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건, 30대를 코앞에 두고 에세이스트가 되면서부터였다. 내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배우고, 어깨로 부딪치고, 무릎이 깨지며 배운 것들을 작은 방 안에서 글로 쓰며 겸허히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갔다. 누군가에게 쓸 만한 사람임을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만큼, 내가 나를 인정하고 안아주는 마음도 있어야 당당하게 말하고 쓸 수 있는 에세이스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배웠다." - 유수진, <나답게 쓰는 날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