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유독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펙도 쌓아야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고, 네트워킹도 해야 하고...' 저 역시도 생산적인 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날에는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영어공부를 하다 보면 운동을 더 해야 할 것 같고, 운동을 하다 보면 사람을 더 만나야 할 것 같고. 끝없는 자기 계발의 굴레 속에 빠지곤 하죠. 아마도 '더 나은 인생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자기 계발에 대한 집착으로 발현된 것 같습니다.
자기 계발을 안 하면 정말로 인생을 낭비하는 걸까요? 얼마 전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조승연 작가는 '태어남과 죽음의 사이를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자기 계발 2가지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첫째, 내 인생을 내가 알아서 살 줄 아는 'Life skills'를 키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저희 집은 늘 엄마가 집안일을 도맡아서 하셨는데요. 밥을 먹고 당연하다는 듯 설거지통에 그릇만 넣어놓고 거실로 가서 TV를 봤고 요리도, 빨래도, 청소도 늘 '엄마의 몫'이었습니다. 제가 하겠다고 해도 '시집가서나 해'라며 극구 말리는 엄마 덕분에 부끄럽지만 30대에 독립해서 처음으로 하게 된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직접 해보니 힘든 부분들도 많았지만, 더 빨리 스스로 해볼걸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책상머리에서 새로운 지식을 터득했을 때보다 '세탁기를 돌릴 때 세제는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음식 보관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같은 삶의 스킬을 터득했을 때 더 큰 성취감이 느껴졌거든요.
둘째, 스스로 놀이판을 만들 수 있는 능력, 즉 '문화 자생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외국은 '홈파티' 문화가 있습니다. 각자 맥주 1병씩 가지고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돌아가면서 춤을 추는데, 하룻밤에 5천 원 정도만 있으면 신나게 놀 수 있죠. 반면, 다양한 방법으로 놀아보지 못한 사람은 누군가 만든 공간에 비싼 돈 주고 가서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놉니다. 최근에는 몇십만 원짜리 고가의 취미 모임도 많아졌는데요. 모임에 나가는 이유가 단지 '주말에 할 일이 없어서'라면 재미있을 리가 있을까요? 앞으로는 비싼 모임에 나갈 참가비를 버는 것만큼이나, 내가 좋아하는 모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해질 것입니다.
조승연 작가는 위 두 가지 능력을 키우는 것과 더불어 특히 30대 중반 이후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기 계발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