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인 저는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후로 항상 지옥철을 탔던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지옥철의 수준이 더 심해졌고, 저를 포함한 사람들의 배려나 인내심도 예전보다 많이 부족해진 것 같다고 느낍니다. 저의 성격이 10년 전에 비해 나빠졌다면, 분명 8할이 지옥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은 면접 가는 길이었어요. 뭔 놈의 2호선은 5시부터 사람이 가득해서 발 디딜 틈도 없었죠. 사당행 방향을 탄 저는 운이 좋게도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면접에 가는 길이었으니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고 싶었습니다. 두 정거장 정도 지났을까. 사람들 틈 사이로 임산부 가방 고리가 보였어요. 임산부 한 분이 힘들게 서 계셨습니다. 제가 임산부님을 부르기 위해 잠깐 일어난 사이, 혹여 다른 사람이 자리를 가로챌까 봐 엉덩이를 쭉 빼고 그분을 콕 찍어서 제 자리에 앉혔습니다. 임산부님은 살짝 목례를 하곤 제 자리에 앉으셨어요.
그 후, 겨우 세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도 닭장 속에서 서로 밀어대는 통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몸을 기울이는 건지, 저 사람은 왜 이렇게 큰 가방을 뒤로 메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싫었어요.
그러다 내릴 역에 도착해 서둘러 내리려는 순간, 임산부님이 제 손을 톡톡 치시곤 수줍게 마이쮸 하나를 건네주셨습니다. 아마도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에게 주려고 마이쮸를 상비해 두셨던 모양입니다. 방금 전까지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던 저는, 마이쮸 하나에 세상 모든 화가 눈 녹듯 사라졌어요. 행복은 마이쮸 하나면 되는 것이구나, 스스로 부끄럽고 반성도 되었습니다.
역 플랫폼에서 마이쮸를 손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어요. 사진과 함께 방금 있었던 일을 스레드에 적고, 마이쮸를 행복의 묘약 삼키듯 삼키곤 면접장으로 향했습니다. 약 1시간 뒤, 면접을 마치고 나와 집에 가는 길에 스레드를 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조회수 4.1만, 좋아요 2,820개, 그리고 약 70여 명이 저의 면접을 응원하는 댓글을 달아주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