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ristmas!🎄 일글러 여러분, 즐거운 연말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주, 언니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뻗은 후 일주일 내내 입병이 낫지를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연말 시즌을 침대에서만 보낼 수는 없어 열심히 놀기도 하고, 내년에 출간될 책을 준비하며, 또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답니다👀.
지난주엔 언니 결혼식 축사 전문을 보내드렸는데요. 오늘은 축사 비하인드를 전해드리려고 해요.
언니가 결혼을 한다는 건 1년 전쯤에 알았습니다.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장을 잡고, 드레스를 고르고, 웨딩 촬영을 하는 등 언니의 결혼 준비를 거의 1년 동안 옆에서 지켜보았지요.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는 자매이다 보니 네 일이 곧 내 일이고, 내 일이 곧 네 일인 사이이지만 그렇다고 언니의 결혼이 완벽히 '내 일'처럼 느껴지진 않았어요. 지난여름, 한 친구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죠.
"네가 축사해 보면 어때? 글 쓰는 사람이니까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처음엔 웃어넘겼어요. 축사를 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축사를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이 세상에 제일가는 울보인 데다가 '오글거림'을 도무지도 참을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자의 반 타의 반, 축사는 제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축사를 한다면 전하고 싶은 내용은 간단했어요.
첫째, 진심으로 결혼을 축하하기
둘째, 결혼식에 오신 분들께 언니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리기
셋째, 부부가 앞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응원하기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정했다면 앞으로 남은 목표는 단 하나뿐이었어요. 바로 울지 않기!
3분 분량의 축사를 쓰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특히 '소풍' 에피소드는 작동하지 않은 적이 없는 저의 눈물버튼이거든요.
결혼식에서 울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한 방법은 똑같은 내용을 읽고 또 반복해서 읽으며 축사 내용이 스스로 지겨워지게 만드는 것이었어요. 혼자 소리 내어 읽어보기도 하고, 회사 동료들 앞에서 연습해보기도 하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눈을 감고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했어요.
과연 저는 결혼식에서 울었을까요, 안 울었을까요?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수없이 연습한 덕분인지 울지 않고 축사를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눈물이 터질까 봐 일부러 더 크고 씩씩하게 말했는데, 결혼식이 끝나고 언니가 말하기를 귀청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언니와 형부도 미리 축사를 확인한 덕분에 잘 넘겼던 것 같고요.
"너 때문에 울었잖아."
결혼식이 끝나고 엄마와 언니 친구들이 저 때문에 한바탕 눈물을 터뜨렸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저와 주인공은 안 울고 다른 이들을 울렸으니, 확실히 축사는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엔 결혼식만 가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몰랐는데요. 난생처음 축사를 하고 나니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결혼식에서 눈물이 나는 건, 그 사람을 보내는 게 아쉽거나 슬퍼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함께 해온 시간이 눈물 나게 즐거웠기 때문이라는 걸요.
이런저런 일들로 유독 추운 겨울이지만, 오늘만큼은 모두가 가족 분들과 함께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