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시절, 세상에서 가장 깨기 쉬운 약속은 바로 저와의 약속이었어요. 오늘 내가 계획한 일이 있어도 갑자기 걸려온 친구의 전화에 바로 달려 나갔죠. 친구를 만나고 와서 해도 되니까, 몇 시간쯤 뒤로 미룬다고 해서 큰 일 나지 않으니까, 친구와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한 나머지 계획해 두었던 일을 하지 못한 채 잠들었고, 마음속으로 빚이 쌓이는 기분이 들었어요. 하루이틀 그런 날이 쌓이면서 루틴은 무너져버렸죠.
그래서인지 나와의 약속보다 자신과의 약속을 더 중시하는 친구를 보면 섭섭한 마음도 들었어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유연성이 없어 보이기도 했죠. 하지만 제가 30대가 된 후 본격적으로 글을 쓰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매주 글을 쓰려면 고정된 루틴이 필요했고, 제 자신과의 약속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했어요. 약속이 있는 날엔 무슨 일이 있어도 한 편의 글을 다 쓴 뒤 약속 장소에 나가거나 약속을 빨리 마치고 집에 돌아와 글을 쓰고 잠에 들었죠. 약속과 글쓰기를 도저히 병행할 수 없을 것 같은 날엔 아예 약속을 잡지 않았고요.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건 매주 글을 쓴 덕분이었고 매주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제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켜냈다는 뜻이었습니다.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켰더니 나 자신을 스스로 기특해하는 마음, 자존감도 커졌죠. 또한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친구들을 보면 이제 섭섭한 마음이 아닌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런 좋은 친구를 둠으로써 서로 동기부여도 얻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도 있죠. 아마도 강민경 씨의 친구들도 같은 마음이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나요? 나와의 약속은 몇 번째로 중요한가요? |